[홍성=로컬충남] 그리 춥지 않았던 지난겨울을 무난하게 보내고 기지개를 펴려는 순간 전세계가 코로나19로 인해서 충격적인 현실에 부딪히고 말았다. 연일 뉴스 속보로 나오는 확진자와 사망자수를 보노라면 자꾸만 조여 오는듯한 불안감에 예방차원에서 안전수칙을 자연스럽게 생활화해야 한다는게 일상이 됐다.
그로 인해서 학생들은 학교 개학이 몇 차례나 연기되고 동반자의 찾아가는 대면 상담서비스가 중단되는 등 변화는 사회 모든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러는 동안 몇 개월째 방치돼 있는 청소년들이 집안에서 할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보니 스마트폰 과다사용으로 인해 부모님과 형제자매들 관계도 극에 달해 심리적으로도 불안한 상태이지만 현재로서는 속수무책이다. 봄의 따스한 기운을 받으며 앞 다투어 꽃망울을 피우는 모습을 우리 아이들과 언제나 볼 수 있을 런지 안타깝기만 하다.
수년간 홍성군 청소년 상담복지센터에서 시간제 동반자로 상담한 청소년이 몇 백 명은 충분하지만 몹쓸 세월에 어느 정도만 내 기억 속에서 이름과 얼굴이 매칭이 되는 건 당연한 것이리라 나름 위로도 해 본다. 그래도 10년 전 동반자로 임용돼 첫 사례로 배정받았던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게 나는 은둔형 여중학생은 나에게 첫 사례이어서인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동반자는 찾아가는 상담으로 일주일중 정해진 요일과 시간에 가정 방문을 해야 하는데 문을 열어주지 않아 아버지의 배려로 열쇠 보관 장소를 공유해 직접 열고 들어가야 했다.방안에 들어가 보면 이불을 머리까지 덮어쓰고 이불이 짧아서 언제 닦았는지 모르는 반질반질하게 곰발바닥처럼 나와 있는 발만 쳐다보면서 어떤 날은 이런 저런 이야기도 해 주고 또 어떤 날은 1시간을 아무소리 안하고 있다가 잘 있으라고 인사만 하고 나오기를 3개월. 그러는 동안 발만 살짝 꼼지락거리는 것이 전부였지만 그래도 혹시나 오늘은 얼굴을 볼 수 있을까하는 기대감으로 열심히 찾아갔으나 결국 종결할 때까지 얼굴도 못 본채 안타깝게도 문을 닫고 나온 게 다였다.
그 후 얼마가 지났을까 아빠의 손을 잡고 바람 쐬러 나왔다며 센터로 찾아와서 첫 대면 했을 때는 울컥하며 가슴이 뭉클해 아무 말도 못하고 그냥 안아 버렸다. 다행히 그 후 과정을 거쳐 대학까지 졸업하고 취업했다는 기쁜 소식까지 듣고 축하해 줄 수 있었다. 언제라도 이렇게 찾아와서 안부라도 확인할 수 있으면 참 좋으련만 많은 아이들은 길가다가 혹은 정면으로 마주 보아도 인사는커녕 처음 보는 사람처럼 대 할 때면 난감해지곤 한다.
옆에 누가 있어 상담한 경험을 숨기고 싶어서 그러는지 먼저 아는 척하기가 쑥스러워서 그러는지 나는 아는데 아는 척을 해야 하는 건지 같이 모르는 척을 해야 하는 건지 아직도 아리송해서 씁쓸할 때가 있다. 내가 나쁜 짓을 한 것도 아닌데… 어쩌면 이유 있는 그런 아이들도 무조건 이해해야하는 것도 우리 동반자들의 역할인가 싶다. 누군가의 고민을 들어주고 위로해 주고 머리보다 마음으로 사랑하며 꼬옥 안아주는 것이 그들을 버틸 수 있게 하는 힘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