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로컬충남] 광고·홍보비는 지자체나 기업이 언론을 틀어쥐는 가장 효과적인 무기 중 하나다. 기자가 기업 총수나 지자체장을 '까면' 당하는 쪽에선 광고비를 '까는' 것으로 대응하기 일쑤다. 또 다른 무기를 꼽으라면 '공짜 점심'이다.
지난 8월 11일부터 15일까지 아산시가 신정호 일대에서 ‘써머 페스티벌’ 축제를 주최하면서 등록 매체 73곳에 총 1억 1515만원의 광고비를 집행했다.
그런데 아산시는 기자가 몸담고 활동하는 <아산신문>엔 한 푼도 집행하지 않았다. 이 지점에서 분명히 밝혀 둔다. 기자는 취재가 기본 업무이지 광고 수주를 위해 아산시청을 출입하지 않는다. 물론 취재기자에게 광고 수주를 압박하는 언론사가 없지 않지만 본지는 그렇지 않다.
더구나 기자는 박경귀 아산시장 취임 초부터 줄곧 비판 보도를 이어나갔다. 더 나아가서는 커지는 ㄷ폭주 행정에 맞서 언론중재위 제소나 사법당국 고소·고발 역시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마음으로 취재와 보도를 해왔다. 아산시에서 가장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박경귀 시장을 상대로 날을 세우려면 이 정도는 각오해야 하는 일 아닌가?
여기에 아산시 홍보담당관실이 언론을 대하는 태도는 반드시 짚고 넘어 가고자 한다. 앞서 <오마이뉴스>는 8월 29일자 "아산시장 비판 기사 쓴 언론사 광고비 삭감...길들이기?"란 제하의 기사에서 이번 아산시 광고집행에 대해 문제를 지적했다.
아산시 홍보담당관실은 해당 기사에서 "아산시에도 언론 광고비 지급 기준이 있다. A 신문사가 아산시의 입장에 반하는 내용의 기사를 종종 써 와 일종의 패널티가 적용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해당기사 바로가기 : https://omn.kr/25efq )
아산시 홍보담당관실 말 대로라면, 결국 기자가 아산시 기준에 어긋나는 기사를 써서 '패널티'를 줬다는 말이다.
이에 기자는 지난달 8월 30일 오후 아산시의회 의회동에서 홍보담당관실 장윤창 홍보담당관, 김은성 팀장 두 사람과 만나 언론 광고비 지급 기준이 무엇인지 물었다. 이에 대해 장 담당관은 "내부 규정대로 실행하겠다고 정해 우리(홍보담당관실)가 짜른 것"이라고 답했다.
기자가 "내부 규정이 무엇인지, 공문으로 정리해 달라"고 요청하자 장 담당관은 "우리가 방침 받아 결정한 걸 왜 주냐?"고 되물었다. 기자가 재차 "규정대로 광고비 집행을 안했다면, 도대체 어느 날짜 어떤 제목의 기사가 규정을 위반했는지 공문으로 정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장 담당관은 "이미 <오마이뉴스>에 이야기했다"고 맞섰다.
기자는 면담을 마친 후 장 담당관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8월 31일 정오까지 ⓵ 시정 방침과 맞지 않은 기사 목록 ⓶ 광고비 집행을 제외하도록 규정한 내부지침 등을 문서로 정리해 기자의 전자우편 계정으로 보내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장 담당관은 아무런 답신도 하지 않았다. 기자가 시간이 촉박할 수도 있다는 판단에 공문 송부 기한을 9월 1일 오전 10시까지 연기한다는 문자를 보냈지만, 이에 대해서도 답변을 하지 않았다.
기자는 1일 오전 열렸던 아산시의회 제244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만나서 거듭 공문을 보내줄 것을 요청했으나, 장 담당관은 "언론에 이야기한 게 전부"라고 딴청을 피웠다.
내부지침 공개 민원에 딴청 일관하는 홍보담당관
공무원은 반드시 관련 법규정·조례 등의 근거에 따라 행정행위를 해야 하는 직분에 있는 자다. 그리고 시민이 행정행위가 납득할 수 없다며 관련 근거를 알려줄 것을 요청하면 이에 응해야 한다. 이와 관련,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4조 1항은 "공무원은 공사를 분별하고 인권을 존중하며 친절하고 신속ㆍ정확하게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고 규정해 놓았다.
기자 역시 광고비 집행 기준에 대한 내부지침 공개를 담당 공무원인 장윤창 홍보담당관에게 구두로, 문자 메시지로 요청했다. 그런데도 장 담당관은 "왜 주냐?"며 버티기로 일관한다. 이 같은 행태는 공무원으로서 자질을 의심케 한다.
개인적으로 장 담당관 행태를 보면서, 언론을 업신여긴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도대체 언론이 얼마나 우스웠으면 내부 지침을 공개하라는 요청에 정당한 절차로 응대하지 않고 딴청을 피우는가? 이런 공무원이 일반 시민은 얼마나 가벼이 응대하겠는가?
기자가 속한 회사에 광고비를 주지 않아 '생떼'를 부리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그러나 기자 본연의 역할은 대통령 등 고위공무원·재벌기업 총수·선출직 지자체장 등 권력을 감시하는 일이다.
무엇보다 권력은 바뀌나 기자 본연의 사명은 권력과 무관하게 이어져야 한다. 그리고 아무런 관련 근거 없이 비판 보도를 했다는 이유로 광고비 집행을 '짜르는' 건 언론의 존재를 무시하는 폭거다. 만약 아산시장이 바뀌어도, 비판 보도를 이유로 시 홍보실이 특정매체, 혹은 특정기자에게 보복성으로 광고를 중단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다른 지차제라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지자체가 지역신문에게 집행하는 홍보비는 홍보실 쌈짓돈이 아니다. 지역언론의 뿌리를 다지라는 취지로 지급하는 시민 혈세다. 더구나 거대 포털이 쏟아내는 뉴스로 인해 지역 뉴스가 설 자리를 잃어가는 현 상황에서 지자체가 집행하는 홍보비는 가뭄을 해소시켜주는 단비다. 이걸 지자체 홍보실이 자의적인 잣대를 정해 집행하는 건 안 될 말이다.
기자는 향후 홍보비 집행 내부지침을 정보공개 청구할 방침이다. 그리고 지침에 문제는 없는지, 무엇보다 자의적으로 광고비를 빌미로 비판 언론을 틀어쥐려는 건 아닌지 검증할 것이며 필요하다면 행정소송 등 법적 조치도 취할 계획이다. 이는 아산뿐만 아니라 전국 지자체가 광고비를 무기 삼아 비판 언론을 무력화하는, 익숙하고도 오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한 소중한 사명이라는 판단이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책임질 공무원에게는 엄중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다. 장윤창 홍보담당관은 물론 박경귀 아산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공무원이든 사기업이든 홍보실은 기자가 기사를 '잘'·'예쁘게' 써줄 것을 바란다. 그래서 출입 기자들과 유대관계를 잘 쌓으려 평소에 노력한다. 그런 마음 모르는 바가 아니다.
하지만, 언론과 홍보는 엄연히 다르다. 소설 <1984>로 잘 알려진 영국 작가 조지 오웰(1903~1950)은 이렇게 적었다. 이 점은, 그 누구보다 자기 홍보 좋아하는 박경귀 아산시장과 장윤창 홍보담당관이 새겨 기억하기 바란다.
"저널리즘은 다른 누군가가 발행되기를 원하지 않는 것을 발행하는 일이다. 그 외에 모든 것은 홍보일 뿐이다."
"Journalism is printing what someone else does not want printed. Everything else is public relations."
- 조지 오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