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9(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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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찾아간 덕명초교는 정문에 교패가 떼어졌을 뿐 아직도 방학 중인 학교처럼 정적에 잠겨 있었다

  

[홍성=로컬충남] 홍성군 광천읍에서 가장 오래된 104년 전통의 덕명초등학교가 올해 문을 닫았다. 바로 이웃에 2014년 개교한 광천초등학교와 통폐합됐다. 100여년 전통의 명문 초교가 문을 연지 5년밖에 안된 신설 학교로 흡수 통합되는 굴욕을 당했다.

 

덕명초교는 1908년 덕명의숙(학교)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사립학교가 효시다. 당시 광천지역의 선각자 서승태 선생이 주도해서 근대교육 수용과 민족의식 자각을 위해 설립했다. 그러나 한일합방 후 1911년 일제는 조선교육령을 제정하고, 사립학교를 폐교시키거나 인수해 공립보통학교로 초등교육체제를 개편한다.

 

덕명학교도 이에 따라 사립학교 체제를 마감하고 1915113일 광천공립보통학교(4년제)로 인가를 받아 새 출발했다. 광천공립보통학교는 193841일 광천 신진공립심상소학교, 해방 후 194691일 광천제1공립학교가 되었다가 1949년 덕명국민학교로 교명을 변경했다. 서승태 선생이 최초로 설립했던 사립학교의 이름을 되찾아 온 것이다. 그러다가 19963월부터 덕명초등학교가 되었다.

 

2019110일 덕명초교는 마지막 졸업식을 했다. 그날 제103회 졸업식에서 23명의 졸업생을 내보내고 남은 재학생 60명은 광천초교로 편입시켰다. 덕명초교 병설유치원도 제24회 졸업식을 끝으로 문을 닫았다.

 

덕명초교는 지난 100여 년 동안 15000여 명의 동문들을 배출했다. 대표적인 인물로 충남도지사를 지낸 이완구 전 국무총리, 지난해 별세한 장석환 전 국회의원, 최건환 경주월드리조트 사장을 꼽을 수 있다. 그밖에도 중앙과 지역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동문들이 많다. 그만큼 동문들은 자부심을 갖고 있지만 학생 수 감소에 따라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학교의 모습을 무기력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2015년에 이 학교 동문들은 개교 100주년을 맞아 성대하게 잔치한 적도 있다 지금도 쓸쓸하게 비어 있는 덕명초교 운동장 한 모퉁이에는 그때 동문들이 세운 기념비가 있다. ‘덕명초등학교 개교100주년기념사업회이름으로 웅장하게 세운 3m 높이의 번영의 탑은 그 후 채 5년도 지나지 않은 지금 이름값도 하지 못한 채 쓸쓸한 교정을 지키고 있다.

 

지난 5일 점심시간 무렵 기자가 우연히 방문한 덕명초등학교는 너무나 조용했다. 새 학기를 맞아 떠들썩해야 할 분위기를 전혀 느낄 수 없었다. 교문의 학교 명패는 떼어갔을 뿐 전체적인 분위기는 아직도 개학하지 않은 학교의 모습 그대로였다. 단지 트럭이 여러 대 드나들면서 본관과 별관 사이 앞 운동장 한쪽에 공사가 벌어진 모습이 보였다. 다가가보니 학생들이 사용하던 각종 교구재가 밖에 쌓여 있고, 인부들이 그것을 분류하거나 계속 안에서 뜯어와 밖에 부리고 있었다.

 

멜로디언, 아코디언 등의 악기와 지구본을 비롯한 각종 과학기자재 등 멀쩡해 보이는 물건도 많았다. 그러나 학교를 철수하면서 쓸 만한 것은 다 가져가고 남은 물건은 오래 돼 버리고 간 것이라고 했다. 이웃에 있는 광천초교는 광동초교, 광남초교, 대평초교를 통폐합하면서 옛 광동초교를 허물고 초현대식 교사로 새로 지어 2014년 개교를 했기 때문에 학교의 모든 시설과 교육환경이 뛰어나다. 그래서 덕명초교 학부모들은 오랜 전통과 역사보다는 최신 시설의 교육환경을 원하며 신설학교와의 통폐합을 추진해왔고 마침내 뜻을 이뤘다.

 

광천읍지역 근대교육의 산실이었고, 상징이었던 덕명초교의 폐교는 동문들의 자존감에 큰 상처를 주었을 뿐만 아니라 지역주민들에게 주는 허탈감도 크다. 지역경제 쇠퇴와 함께 저출산으로 인해 입학생이 급격하게 줄어든 것이 가장 큰 원인인 데다 오랜 역사와 전통만큼이나 낙후된 교육환경 때문이어서 동문들은 어쩔 수 없는 대세로 받아들이고 있다.

 

홍성교육지원청에서는 덕명초교 활용방안을 놓고 TF팀을 구성해 3차 협의회까지 하며 연구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최봉현 주무관은 홍성군청과 협의해 군내 학교 학생들을 위한 안전체험관이나 그 밖에 교육목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가급적 학교의 형태를 현재대로 보존하면서 유지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허성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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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년 전통 덕명초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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