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1(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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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천안 목천물류센터에서 숨진 고 박현경 씨 남편 최동범 씨 Ⓒ 사진 = 지유석 기자

 

 

[천안=로컬충남] 거대 물류기업 쿠팡에선 산재 사고가 빈발하게 불거진다. 고용노동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한해에만 758건의 산업재해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2020년 6월 천안 목천물류센터에서 조리보조원으로 일하던 고 박현경 씨가 숨졌다. 고 박 씨는 식당 청소를 하던 중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고 박 씨는 끝내 숨졌다. 


유족인 남편 최동범 씨는 락스·오븐크리너 등 고인이 청소 중 사용했던 세제가 직접적인 사인이라고 보았다. 하지만 쿠팡 사측은 고인의 사망에 대해 직접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러자 최 씨는 홀로 진상규명에 나섰다. 우선 산업안전공단에 산업재해를 신청했다. 또 지역 노동계·시민사회와 기자회견을 진행했고, 한동안은 사고 현장인 목천 물류센터 앞에서 1인 시위도 벌였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일까? 지난 10월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고 박 씨의 산업재해를 인정했다. 


하지만 최 씨는 여전히 진상규명이 미미하다는 입장이다. 최 씨는 10일 오전 본지 인터뷰에 응했다. 아래는 최 씨와의 일문일답. 


고 박 씨가 숨진 직후부터 진상규명을 촉구해왔다. 어느 수준까지 진상규명이 이뤄졌다고 보는가? 


실질적으로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사고 직후 사업장은 폐쇄됐고, 식사 대신 도시락을 직원들에게 나눠줬다. 현장이 훼손됐다는 말이다. 산재 인정은 사고 이후 1년 4개월 여 만에 이뤄졌는데, 서류만으로 심의가 이뤄져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산업안전공단 조사결과는 어땠나? 수용 가능한 결론이 나왔나?


산재 인정을 받았다는 소식에 2~3일 정도는 기뻤다. 하지만, 아내의 죽음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또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온 것도 아니었다. 산업안전공단은 아내의 사인을 독성물질이 아닌 과로사라고 결론 지었다. 


※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역학조사보고서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식수인원 증가로 장기간 업무가 과중했고 발병 1주일 이내엔 확진자 발생으로 긴급 합동점검을 대비한 청소업무 부담이 증가했으며, 재해 당일 긴급 합동점검으로 바닥청소와 방역 소독업무가 평소에 비해 과도했던 것으로 판단한다”고 적시됐다. 


또 동료 노동자들이 진술한 내용을 보았는데, 사측에 유리한 내용만 진술했다. 아내와 함께 일했던 동료는 “코로나19 때문에 방역이나 청소 등 업무가 과중되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일정 수준 이해하지만, 사고 조사에 비협조적으로 나올 필요까지 있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산재 인정에도 사측 ‘묵묵부답’    

 

쿠팡 사측에선 입장 표명이 없었나? 


없다. (사측과) 대화하고 싶다. 기회가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사측은 대화마저 거부한다.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일단 사측에 연락 달라는 입장을 전했다. 


※ 이와 관련, 쿠팡 측은 고 박 씨 사망사건에 대해 줄곧 "천안물류센터 구내식당 조리보조원은 동원그룹 산하의 동원홈푸드 소속으로 식당의 운영과 근로자 관리에 대한 권한과 책임은 동원홈푸드에게 있었다"며 관련성을 부인하고 있다. 


향후 대응 방침이 있다면 말해 달라. 


내가 가장 원하는 건 첫째 충분한 진상규명, 두 번째 사측의 진정성 있는 사과다. 재발방지 대책도 내놓았으면 한다.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에선 서류 검토 중이고 조만간 입장을 낼 것이다. 


자신들의 잘못 인정하는 게 그렇게 힘든건지 모르겠다. 노동자를 고통스럽게 일하게 할 필요가 꼭 있을까?  


쿠팡에게 큰 손해를 끼치려 한다거나 하는 의도는 전혀 없다. 그러나 산재가 인정된 만큼 사측에서 누구라도 와서 사과 한 마디 할 줄 알았다. 사측이 불성실한 태도를 보이니 나 역시도 민·형사상 책임이든, 정신적 피해보상이든 할 수 있는 건 다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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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재해 인정받았지만, 진상규명은 절반에 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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