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9(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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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예공원 독립운동가 거리 “어색해” 지적 “전문가 자문 따른 것”
유관순 동상의 받침대를 빙 돌아 이름만 새겨진 독립운동가들?
‘독립운동가의 거리’ 제대로 상징할 수 있도록 보완대책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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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로컬충남] 지난 11일 충남도청내포신도시의 홍예공원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2주년 및 독립운동가의 거리 조성 1주년 기념식’이 개최됐다.

이날 행사에는 양승조 지사와 김명선 도의회 의장, 김지철 도 교육감, 김석환 홍성군수, 황선봉 예산군수를 비롯한 기관단체장과 독립운동가 후손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기념일은 1919년 4월 11일 국호가 제정되고, 임시헌장 반포와 국무원 선임이 이뤄짐에 따라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는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공고히 하고자 제정해 기념하는 날이다.

앞서 충남도는 지난해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행정안전부 공모 사업에 선정돼 받은 특별교부세 2억 원 등 총 8억 원의 예산을 투입, 홍예공원에 ‘독립운동가의 거리’를 조성했다. 독립운동가의 거리 사업은 3·1운동 등 항일독립운동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독립운동가 조형물을 세우고, 독립운동 관련 일지·기록 등을 형상화해 자랑스러운 독립운동의 역사를 되새기는 역사·관광명소로 조성한다는 계획으로 추진됐다.

독립운동가의 거리에는 충남을 대표하는 독립운동가인 김좌진 장군, 유관순 열사, 윤봉길 의사, 이동녕 선생, 한용운 선사 등의 조형물이 세워졌다. 충청남도 인물선정위원회 심의를 거쳐 선정했으며, 조형물의 디자인은 충남대 역사학과 김상기 교수 등 역사인물 전문가 5명의 자문과 고증을 거쳐 설계했다는 것이 당시 충남도의 설명이었다.

조형물은 태극기를 모티브로 한 상징적 공간인 태극의 길 위에 세워졌는데, 태극의 길은 적색과 청색의 보도블록을 활용해 태극 문양을 표현했다. 이 길의 중심에는 유관순 열사 조형물을 중심으로, 사방의 건·곤·감·리 위치에는 한용운 선사(홍성), 김좌진 장군(홍성), 윤봉길 의사(예산), 이동녕 선생(천안)의 조형물을 설치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광복회 등 독립운동가 후손들을 비롯해 일부 지역주민들과 전문가들도 문제점과 아쉬움을 지적하고 있어 주목된다. 이와 관련한 민원이 본지에 수차례에 걸쳐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홍주신문 4월 8일자’에 이상권 변호사(본지 칼럼위원)의 ‘친일청산과 정의로운 나라’라는 제하의 칼럼에서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주민들의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이 변호사는 칼럼에서 “유관순 열사가 지난 2019년 삼일절에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받아 1962년에 받은 ‘건국훈장 독립장’에 이어 훈장을 두 번이나 받았다”며 “서훈자가 30명에 불과하던 최고 중의 최고 영예인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받은 선열이 31명으로 늘어난 것을, 나는 축하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일제 경찰의 통계에 따르면 3개월간의 만세운동 진압과정에서 사망자가 7509명, 부상자가 1만 5961명, 구금된 사람이 4만 6948명이었다고 한다. 사망자 중에는 유관순의 부모님도 포함되지만 4등급 애국장을 서훈받았을 뿐인데, 구금자 중의 1인에 불과했던 유관순은 3등급 독립장을 받은 것이다. 3·1운동을 주된 공적으로 1등급 대한민국장을 추서 받은 분은 유관순 외에 손병희, 이승훈, 한용운 세 분뿐인데, 유관순은 이제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것”이라는 것이다.

또한 “1946년 미군정청 문교부 편수사로 초등학교 국어교과서를 제작했던 박창해가 이화학당 학생들의 3·1만세운동 자료를 보고 교과서에 실을 만한 인물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이화여고를 찾아갔으나 ‘200여 명의 참가자 중에서 누굴 내세워야 할지 모르겠다’는 답만 얻고 돌아왔는데, 마침 같이 편수사로 근무하던 유관순의 조카 유제한이 찾아와서 고모 유관순을 추천해 교과서에 게재됨으로써 유관순이 처음으로 대중에 알려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1947년 2월에는 소설가 박계주가 ‘경향신문’에 ‘순국의 처녀’를 기고했고, 그해 9월에는 이화여고 교장 신봉조와 박인덕 등이 자신들의 친일행각을 희석시킬 절호의 기회로 삼고 김구 주석 등을 앞세워 유관순기념사업회를 구성했다. 1948년에는 친일 소설가이던 전영택이 최초의 유관순 전기인 ‘순국처녀 유관순전’을 펴내서 유관순을 ‘조선을 구한 잔 다르크’로 표현하고 신통한 능력을 가진 신화적인 존재로 승격시켰다. 유관순의 이름이 유명해진 배경에는 독립운동을 찬양함으로써 자신들의 친일행각을 희석시키려는 신봉조, 박인덕, 전영택 등 친일파들의 상징조작이 있었던 것”이라는 지적이다.

홍예공원 ‘독립운동가의 거리’ 안내판에는 ‘충남의 대표 독립운동가 5인의 조형물을 건립하는바, 태극에 유관순을 배치하고 건·곤·감·리의 4괘 자리에 한용운(홍성), 김좌진(홍성), 윤봉길(예산), 이동녕(천안)을 배치했다’고 설명하고 있는데 “충남 출신으로서 1등급 대한민국장을 서훈 받은 임병직은 물론이고, 이동녕과 같은 2등급 대통령장을 서훈받은 이상재, 이종일, 민종식 등의 동상은 없다. 그 대신 이분들은 엄청 거대한 유관순 동상의 발 받침대를 빙 돌아 이름이 새겨진 채 유관순을 떠받들고 있는 역할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독립운동가 후손들과 주민들도 비슷하거나 같은 맥락으로 지적하고 있어 주목된다.

익명을 요구한 아무개 후손은 “유관순 열사를 중심으로 크게 한 것”이라든지 “태극을 든 모습도 어색하다”거나 “동상의 모습도 기존의 다른 동상 모습들과 차이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한다. 또 주민들도 “태극기를 제대로 형상화하고 4괘 자리에 중심인물을 배치했으면 그 사이에 다른 인물도 배치할 수도 있었을 텐데”라거나 “중앙에 크게 동상을 세운 것도, 태극을 들고 있는 것도, 받침대에 이름만 새겨 넣은 것도 아닌 것 같다”거나 “이름만 있는 분들의 동상이 없는 이유는 무엇이냐”는 등 다양한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앞으로 ‘독립운동가의 거리’를 제대로 상징할 수 있도록 행정의 체계적인 보완대책이 필요해 보인다는 지적에 주목해야 할 일이다.

이에 대해 충남도 관계자는 “전문가의 자문에 따른 것”이라는 답변뿐 별다른 설명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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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가의 거리’ 조형물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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