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1(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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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로컬충남] 누구에게나 공평하다는 시간이 어쩌면 이리도 상대적인 것인지! 길 것만 같았던 5일간의 설 연휴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났으니 말이다.

sbn서해신문 기자는 연중 다른 어떤 휴일보다 추석과 설, 양 명절을 좋아하는데 긴 휴일도 휴일이지만 휴일 내내 즐길 수 있는 풍부한 먹거리 때문이기도 하다. 

이번 설도 예외는 아니어서 각종 전이며 잡채, 떡국 등 평소에 쉽게 맛볼 수 없는 음식이 흔전만전이었는데 sbn서해신문 기자의 어머니와 아내가 시장을 돌며 재료를 사고 분주히 요리한 덕분이다.

지금이야 마트가 대세이기는 하지만 아직도 우리 어머니 세대는 재래시장을 많이들 찾고는 하는데 이번 sbn서해신문 탐방에서는 재래시장의 옛 모습을 간직한 충남 서천군 장항읍 중앙시장을 찾았다.


시장은 마트와는 또 다른 생동감이 있고 인위적으로 치장되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사람 냄새를 맡을 수 있어 sbn서해신문 기자도 재래시장을 가끔 찾는 편인데 중앙시장은 처음이었다. 
1953년 문을 연 중앙시장은 한때 서천군 최대의 재래시장이었다.

그랬던 중앙시장이 쇠퇴기에 접어든 건 1990년 무렵부터인데 장항제련소 폐쇄, 금강하굿둑 개통으로 인한 유동인구 감소 등 장항읍 인구감소가 중앙시장 쇠락의 주원인으로 작용하며 현재 시장은 대부분 상점이 문을 닫고 입구 쪽 상점 몇 곳만이 영업하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중앙시장에서 정육점을 하는 한 상인은 “옛날에 제련소 있고 사람들 많을 때는 정말 장사 잘 됐다”라며 “사람이 있어야 장사가 되지 젊은 사람들은 다 빠져나가고 장항읍에 노인들만 사는데 장사가 되겠냐. 인구가 1만 2천 명도 안 되는데 여기가 면이지 읍이냐”라고 말해 다소 자조(自嘲) 섞인 비애감을 드러냈다.

sbn서해신문기자는 입구 쪽 상점 몇 곳을 둘러보며 시장 안쪽으로 들어갔다. 예전 같았으면 상인들과 손님들로 들썩였을 시장은 문을 닫은 곳이 많아 적막하기까지 했는데 한편으로는 조용한 시장 골목을 걸으며 옛 흔적을 하나하나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특히 지금은 볼 수 없는 한 자릿수 국번의 전화번호가 적힌 간판은 마치 근대역사박물관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는데 이곳 시장을 잘 조성만 한다면 근대역사 거리로 탈바꿈하는 것이 결코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시장길을 따라 걸어가는데 방앗간이 나왔다. 취재하던 시점이 설 전이라서 그랬는지 방앗간이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반갑게 다가왔는데 가래떡 한쪽이라도 맛볼 수 있을까 하고 들어섰던 방앗간 역시 중앙시장 내 다른 상점과 마찬가지로 한산한 모습이어서 다소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지난 2000년 무렵부터 이곳에서 방앗간을 운영해오고 있다는 상인은 “처음 여기 와서 장사할 때만 해도 먹고 살만은 했는데 지금은 장항읍에 인구가 없다 보니까 장사하는 사람들이 군산, 대전 같은 외지로 다 떠나서 상점들이 한 집 걸러 문을 닫은 실정이다”라고 말했다. 


시장을 한 바퀴 돌아 입구로 나오니 상인 몇 이서 뜨거운 커피를 호호 불며 환담을 하고 있었다. 명절을 앞두고 손님이 없어 축 처져 있을 법도 한데 그들에게는 그런 기운이 조금도 없었다. 하하 호호 웃고 떠드는 그들의 모습에서는 여전히 재래시장의 사람 냄새가 가득했다.

그들을 뒤로하고 지나치는 sbn서해신문 기자의 얼굴에도 어느새 미소가 떠올랐다. 안타까움, 아쉬움, 막연한 희망이 뒤섞인 묘한 기분이 들었다.
남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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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서천 최대의 재래시장...‘장항중앙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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